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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 여전히 불평등한 2020년의 지구에서


[성명] 여전히 불평등한 2020년의 지구에서 -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논평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 제1조)

오늘은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72년째가 되는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힌 권위있는 문서이며, 세계의 시민들로 하여금 모두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한 선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평등한 2020년의 지구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동료 시민의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고, 힘을 가진 자들은 폭력으로써 그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 지금도 홍콩에서는 활동가들이 체포되고, 태국에서는 한국산 물대포가 시민들을 조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시민선언은 홍콩과 태국 항쟁에 연대하면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시민들과 국경을 넘어 손을 맞잡아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세계시민선언은 이 문장 속에서 사실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여성들은 갖은 폭력에 노출되어있지만, 이들을 보호해야 할 사법부는 정의롭지 않다. 심지어 국가는 우리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는커녕,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낙태를 범죄로 만들고 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나 불법 촬영 사건은 꾸준히 반복되고, 남성의 모습을 한 국가는 여성들이 일상을 위협받는 현실을 아주 가볍게 무시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한국의 대학에서, 군대에서 배척되던 이들을 보았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범죄로 만들고, 국가는 우리가 누구와 결혼하는지를 사회적 합의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불평등하게 분배된 가족구성권 탓에 우리는 의료결정권과 양육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장애여성이었던 최옥란 열사가 기초법 개혁 투쟁을 시작했던 일이 약 20년 전인데, 지금도 장애인복지제도는 공급자 중심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국에도 국가는 탈시설에 관심을 갖지 않으며, 여전히 누군가는 문턱과 계단과 영화관과 대중교통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오늘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2주기이기도 하다.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에 정부는 ILO 협약조차 지키지 않은 노조법 개악으로 답했다. 김용균 법에는 김용균이 없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12월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노동자 1명이 또 사망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시 발생할 '죽음의 외주화'였다.


이외에도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모두의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들은 마치 겹치지 않는 별개의 집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이들이 그 이름들의 교차점에 서있기도 하다. 우리는 발명된 정체성과 계급들이 곧 사회적 약자를 뜻하게 되는 구조를 바꿔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이 제1조부터 비로소 지켜질 그 날을 모두의 저항으로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의 시민들에 의해 반드시 실현될 것을 믿는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역사가 두렵다면,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부터 제정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불평등한 2020년의 지구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다.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한 싸움에 우리 세계시민선언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2020. 12. 10 세계시민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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